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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상품 최근 운용 손실에 대하여

morphix 2020. 5. 15. 23:51

올해 3월 세계 모든 시장이 붕괴하면서 증권사 관계자들을 긴장시킨 순간이 있었다. 주가지수 뿐 아니라 크레딧 채권, 심지어 금마저도 하락했다. 한 마디로 유동성 위기로 모두가 셀러가 되어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중에 이슈가 된게 ELS 상품이다. 증권사 1분기 실적에 큰 손실을 안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ELS 상품이란

Stepdown 수익구조

ELS (Equity Linked Securities) 상품은 이름 그대로 주가에 연계되어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의 상품이다. 즉, 상환시점 주가의 위치에 따라 원하는 형태의 수익이 발생하도록 구조화하여 상품을 설계하고 이를 판매하는데 국내에서는 Stepdown 이라 불리는 구조의 ELS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상품은 매 6개월마다 조기상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있어서 외사에서는 보통 Autocallable 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Stepdown 구조의 상품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팔린다. 다만 우리나라가 시장 규모가 매우 큰 동시에 경쟁이 제일 심한 편인 것 같다. 쿠폰도 높은 편이고, 외사들도 터져나가는 곳이다. 2018년 말 한국 ELS 시장에서 Natixis가 분기에 3000억(USD 296M) 넘게 손실봤다. 다르게 말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품이다.

 

자체헷지북

ELS 상품은 증권사의 주된 상품인데, 이걸 투자자에게 팔았다고 치자. 이후, 상환일 날 주가가 빠지지 않으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약속한 쿠폰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증권사는 쿠폰만큼의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 위험을 헷지하기 위해서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사는 것을 백투백(Back-to-Back) 헷지라 한다. 즉, 증권사는 중간상처럼 적은 위험으로 수수료만 챙길 수 있다. 여기서 위험은 누군가(주로 외사)에게서 ELS를 사왔는데 그 누군가가 망해버리는 경우. 전문용어로 카운터파티 리스크라고도 한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가 망했을 때, 그 위험이 부각되었었다.

증권사가 백투백헷지를 하다보니, 외사처럼 금융공학 지식으로 자체헷지를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체헷지 운용을 시작한다. ELS 상품은 본질적으로는 파생상품(정확히는 Exotic Options)인데, 금융공학적 지식으로 ELS수익구조를 기초자산과 채권, 기초자산의 Vanilla Options 등으로 복제할 수 있다. 

 

썰이 좀 길었는데, 최근 손실이 발생한 요인으로는 크게 크로스감마, 베가, FX로 크게 3가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손실발생요인1: 크로스감마와 상관계수

시장에서 팔리는 ELS 상품들을 보면 상품의 기초자산이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KOSPI200, 홍콩 HSCEI 지수, Eurostoxx50 지수, S&P500 지수. NIKKEI225 정도가 사용되는데, HSCEI, Eurostoxx50, S&P500 3개의 지수에 대한 쏠림이 가장 크다. 그런데 Stepdown 구조가 상관계수에 대한 숏포지션(상관계수가 올라가면 터짐)이기 때문에 기초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손실이 발생한다. 전문용어로 설명했을 때, 각 기초자산의 움직임은 롱감마이지만 동시에 움직이면 숏감마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거기다가 요즈음에는 기초자산 갯수가 3개인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기초자산 갯수가 2개인 시절에 비하면 그 리스크는 배가 된다. 

이게 실제 시장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예를 들어 HSCEI, Eurostoxx50, S&P500이 모두 동시에 5%씩 빠졌다고 가정하면 트레이더는 어떤 행동을 할까? 동시에 모든 자산을 판다. 그리그 그 매도 규모는 빠진 크기에 비례하여 커진다. 반대로 모두 동시에 5% 상승한다면? 반대의 행동을 하게 된다. 북 크기가 1조라 할 때, 몇 백억단위를 5% 아래에서 팔고, 5% 위에서 사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매매로 수십억씩 손실을 실현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거기에 상관계수가 상승하게 되어 평가상으로 북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건 나중에 상관계수가 떨어지면 돌아올 수 있는 손익이지만 3월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면 손실을 전부 혹은 그 이상으로 실현시키게 된다.

이게 ELS 헷지트레이더 입장에서 제일 위험한 것이, 상관계수 리스크는 헷지가 안된다. 그냥 때려맞을 수 밖에 없는 리스크이다. 거기다가 지수 Basket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같은 상품의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시장 상관계수가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S&P500 지수 선물이 본장보다 야간장(아시아 장이 열리는 시간)에서 크게 하락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 같다.

 

손실발생요인2: 베가

운용자 관점에서 보면 발행시점에서 Stepdown ELS는 롱베가 포지션을 갖게 된다. Vanilla Put 옵션을 매수한 것과 비슷한 형태이다. 롱베가이기 때문에 변동성 하락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헷지하기 위해 옵션을 매도한다. 그런데, 주가가 빠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롱베가가 더 커진다. 전문용어로 Stepdown의 vanna 그릭이 Vanilla 옵션의 vanna 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역시 변동성 리스크 헷지를 위해 또 옵션을 매도한다. 그게 반복되는데, 주가가 충분히 하락하면 어느 순간부터 주가 추가하락시 베가가 작아지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변동성까지 올라가면 베가 감소가 가속화된다. 즉, 이번 3월처럼 주가가 하락하고, 변동성이 급등하게 되면 기존 롱베가 포지션이 숏베가로 급격히 돌면서 변동성 상승으로 인해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거기다가 그 동안의 Stepdown의 롱감마마저 줄어들고, 매도한 옵션에 의해 숏감마가 훨씬 더 커져있을 수 있다. 크로스 감마도 괴로운데 숏감마까지 겹쳐서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헷지 트레이더는 그 동안 매도했던 옵션을 걷어들여야 하는데, 이미 비싸진 볼에 사야 한다. 장기옵션 쪽은 그나마 버틸 수 있을 텐데, 숏감마 상황이라면 이걸 막기 위해 정말 비싸진 단기옵션을 매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손실 확정.

 

손실발생요인3: FX

국내에서 팔리는 ELS 상품은 원화 기준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위험헷지를 위해 거래하는 상품은 외화 기반으로 거래된다. 헷지를 위해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S&P500이나 HSCEI, Eurostoxx50 같은 지수를 거래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외화로 denominated 지수선물이나 옵션을 거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FX 리스크에 노출되며 이를 헷지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용어로 Quanto 리스크라 한다. 이는 비단 ELS 만의 리스크는 아니고 원화로 거래되는 해외지수 혹은 해외 Commodity 기반의 ETF / ETN에 모두 해당하는 리스크이다.

예를 들어 헷지를 위해 S&P500 지수 선물을 들고 있고, 환헷지가 되어 있는 상태라 가정하자. 지수가 상승하면 USD의 가치가 커지는데 증가한 USD 가치만큼 달러를 매도해야 한다. 환헷지라함은 FX(여기서는 USD)변화에 의한 손익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S&P500 지수가 상승하면 달러는 약세로 가는 현상이 있다. 즉, 달러는 싸게 매도해야 한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USD매도 헷지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이 때 USD를 비싸게 사야 한다.

Stepdown ELS (Quanto 기반의 ETF/ETN도 해당) 이론 가격 계산에 이런 Quanto 리스크 비용이 녹아있긴 하다. 그런데 이번처럼 모델에 녹인 것보다 그 움직임이 크고, 괴팍하게 움직일 때 추가적인 손실은 피할 수 없다. 

거기에 이번 경우에는 자금 조달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지수가 급락하여 여기저기서 마진콜이 들어왔다. 마진콜 규모도 누적 5조원에 가까웠을 정도로 역대급이다. 마진콜을 막기 위해 USD 혹은 EUR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걸 조달하려면 우선 원화를 확보해야 한다. 원화를 확보하기 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장상황에서 어음, 채권등을 던졌다고 한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FX스왑으로 달러를 조달하는데, 달러 유동성도 떨어지는 상황이라 비싸게 조달을 해야 했다. CRS 1년 기준으로 100bp(=1%) 가까운 비용을 내야 했다. (물론 거래만기가 1년 미만일 것이기 때문에 절대손실로는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ELS 자체 운용이라는게 수수료 100bp + alpha 정도를 목표로 운용하는 건데, 여기저기서 털리고 나면 당분간은 증권사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