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눈물과 기쁨에 대한 단상(斷想)

morphix 2007. 2. 5. 02:28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시편 126장 5절-


물 흘리는 과정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쁨을 누리는 과정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기쁨을 누릴 줄 모른다면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된다고.

학교 3학년 시절로 돌아가 본다. 좀 더 정확히는 3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이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과학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중학교 3학년 수학만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해 2월부터 모 과학고 입시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간에 한 달은 쉬면서 대략 5, 6개월 정도 학원을 다녔고, 8월이나 9월달부터는 혼자서 입시를 준비했다. 학원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학원비 때문이었다. 한 달에 27~8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까지 해서 과학고에 갈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생각으로는 그렇게 까지 해서 갈 필요가 있다...-_-)

  이후로 학원 강의 없이, 같이 공부하는 친구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했다. 학원에 다녔으면 매달 보는 시험을 통해 내 수준을 알수도 있었을 것이고, 이런저런 얘기라도 하면서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럴 기회는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주로 공부하던 방법은 한 마디로 '주구장창 문제집 풀기'였다. 그렇게 하여 '과학고, 외고입시 준비' 라는 딱지가 붙은 문제집을 수학, 과학 각각 9권씩 풀었다. 남은 4, 5개월 만에 다 푼 것은 아니고, 학원 다니던 기간도 포함해서 그러하다.

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다. 거의 매일 자정까지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더 힘든 것은 '내가 과연 합격할 수준인가?'하는 불안감과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은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겠구나'하는 자괴감이었다. 그런 스트레스 쌓이는 몇 개월을 보낸 후, 합격했다. 나중에 입학성적이 20등이던가 30등이던가 라고 들었다.

름 눈물 흘리는 과정을 통해 들어갔지만 그 기쁨은 그리 크지 못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분 좋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 내부에서는 나는 그저 별다를 것이 없는, 너무 평범한, 오히려 존재감이 별로 없는 한 명의 아이였을 뿐이었다. 검은 얼굴에 작은 키, 말수가 적을 뿐더러 말을 더듬기까지 했고, 유머감각없이 썰렁했으며, 허름한 옷을 입고, 운동도 못하던 아이가 눈에 띄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당시 나름대로 무의식중에 내 삶의 지표에 해당했던 '눈물로 씨앗을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는 문장은 시나브로 무의식에서 부정되었던 것 같다. 눈물을 흘리는 과정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언제라도 울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기쁨을 누릴 준비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