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지와 남주혁이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 <스타트업>. 와이프가 남주혁 얼굴 본다고 본방에 재방까지 보느라 나도 가끔 지나가면서 대강의 스토리를 알게 된 드라마다.
보면서 스타트업 얼마나 빡신데 연애질이나 하고 있네. 스타트업을 가장한 연애드라마네. 배수지를 CEO로 앉히는게 말이 되네 마네 하면서 와이프에게 드라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으나, 어차피 남주혁 땜시 보는 드라마라 시끄럽다는 소리만 들었다.
마지막회를 보면서도 비슷한 비판을 계속 했는데, 남주혁이 샌드박스에 입주하면서 쓴 소원이 '오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라고 썼었다는 걸 알고 순간 멍해졌다. 단순 연애드라마만은 아니구나 싶었달까? 비유하자면 영화 <맨인블랙1>을 보면서 외계인 나오는 설정 특이한 헐리우드 영화라 생각했다가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고양이 목걸이 안에 소우주가 담겨있는 장면을 본 정도의 충격이었다.
내가 틈틈이 봤던 것을 종합하면 드라마 초반부에서 배수지는 남주혁이 잘 나가는 스타트업을 운영한다고 오해했는데, 남주혁은 그 오해를 실현시키기 위해 성공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어려움에 빠진 배수지를 도와준다. 기술은 뛰어나나 그저 욕심없는 캐릭터가 한 여인을 위해 뭔가를 이룬다는 설정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혹은 대상)를 위해서, 혹은 의해서 전념을 다하고 성공을 하게 되는게 실제로, 그리고 문학 속에서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특히 아름다운 여성을 뮤즈라 칭하면서 창작을 위한 영감을 주는 존재라 여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피카소의 왕성한 예술활동도 7명의 뮤즈를 떼놓고는 말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나도 와이프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도 그저 소박한 사람에 불과하였는데 와이프가 원하는 것을 갖게 하느라 본의 아니게 여기까지 왔다. 물론 그거땜시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었지만.